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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고혈압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조금 싱겁게 먹고 운동만 해도 혈압은 내려갑니다”


질병에 대한 생짜배기 질문들(우문)에 세브란스의 베스트 닥터가 답합니다(명답).

이달의 주제는 ‘고혈압’. 고혈압의 합병증 위험을 걱정하고 혈압 관리에 대해 고민하는분들의 궁금증을 박성하 교수(심장내과)가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Q 혈압이 매번 잴 때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언제, 어떻게 재야 정확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나요?
A 혈압은 정서 상태나 상황에 따라 많이 좌우됩니다. 따라서 한두 번 혈압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고혈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20%는 혈압을 잴 때 긴장하거나 예민해져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white gown) 고혈압이며 20%는 실제로 고혈압이지만 병원에서 쟀을 때 혈압이 정상인 가면(masked) 고혈압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하는 활동성혈압측정이나 집에서 측정하는 자가혈압측정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지요. 보통 활동성혈압측정 시 평균 혈압이 135/85mmHg 이상일 때, 집에서 하는 자가혈압측정 시 자동혈압계 평균 혈압이 135/85mmHg 이상일 때 고혈압이라고 진단합니다.


Q 특별히 고혈압을 주의하거나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A 고혈압은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환경적 요인도 중요합니다. 가족 중에 고혈압 환자가 있다고 무조건 고혈압 환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위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에 미리 관리하는 것입니다. 비만이거나 심비대증, 당뇨가 있다면 고혈압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알코올은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음주를 많이 하는 분들도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또한 짜게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이외에도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50% 정도는 대개 고혈압인데, 이는 무호흡증으로 항진된 스트레스 호르몬이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한번쯤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요즘은 소아고혈압이 심각한 문제이므로, 어린 아이더라도 비만이라면 어릴 때부터 혈압을 관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Q 고혈압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나요? 합병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대이고 혈압이 144/94mmHg인 고혈압 환자 두 명이 있는데 한 사람은 담배도 안 피우고, 당뇨도 없고, 부모님도 다 건강하시고, 심혈관 질환도 없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괜찮고 매일 30분에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합니다. 다른 사람은 아버님이 50세에 돌연사, 어머니는 뇌졸중이시고 담배를 하루에 3갑을 피우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습니다. 후자는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 요인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바로 치료해야 합니다. 전자는 3-6개월 동안 싱겁게 먹고, 비만이라면 체중 감량을 하는 등 비약물 치료를 하다가 그래도 혈압이 높다면 약물치료에 들어갑니다. 즉 고혈압 치료는 동반된 장기손상이나 합병증 위험 요인들을 고려해 이루어집니다. 고혈압의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동맥경화성 질환이 압도적이고 그밖에도 심부전증, 뇌졸중과 뇌출혈, 만성신장질환 등이 있습니다.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사람과 미만인 사람의 합병증 발생률은 2배 이상 차이 나고, 치료할 경우 심부전증 발생 위험은 50%, 뇌졸중 발생 위험은 30-40% 감소하므로 고혈압은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Q 고혈압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A 고혈압은 약을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고혈압 치료는 목표혈압 이하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식습관 조절로 혈압 조절이 가능하다면 약을 안먹어도 되지만, 합병증이 있다면 반드시 약을 먹어
야 합니다. 하지만 환자마다 상황이나 증상이 다르므로, 반드시 모든 고혈압 환자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TIP 
집에서 하는 자가혈압측정법
정확한 혈압의 측정과 진단을 위해 박성하 교수가 설명하는 자가혈압측정법

 
 
1. 5분 동안 안정을 취하고 팔을 심장의 높이에 맞춰 탁자나 식탁 위에 올려놓은 후 양팔 중 혈압이 높은 쪽의 혈압을 측정한다. 이때 혈압은 1-2분 간격으로 2회 측정한다.
2. 하루에 두 번, 아침 6-9시와 저녁 6-9시 사이에 각각 측정한다. 최소 3일 이상 혹은 일주일 연속으로 측정한 혈압의 평균치로 진단한다.
3. 첫날은 긴장해서 혈압이 상승해 높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첫날 값은 제외한다. 즉 3일 동안 측정할 때는 4회(총 8번), 일주일 동안 측정할 때는 12회(총 24번)를 측정한다.
4. 측정한 자동혈압계의 평균 혈압이 135/85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고혈압은 다른 병들보다도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강조되는 질환입니다.
싱겁게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 혈압이 높다면 무시하지 말고 반드시 비약물,
약물 치료로 합병증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


Q 고혈압을 수술로 치료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수술이나 다른 방법으로도 고혈압 치료가 가능한가요?
A 수술치료는 주로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 있는 2차성 고혈압일 때 시도됩니다. 부신에 생긴 종양으로 인한 고혈압일 때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면 혈압이 내려갑니다. 또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사용을 통해 치료하면 혈압을 내릴 수 있어요. 올해 초부터는 콩팥으로 가는 혈관에 분포되어 있는 교감신경을 고주파로 차단하는 신장교감신경차단술이 국내에서도 시작되었는데,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안전한 시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Q 혈압을 낮추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요? 또 각종 매체에서 소개되는 고혈압 치료에 좋다는 민간요법이나 음식들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A 혈압을 낮추려면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가급적이면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특히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만든 고혈압 환자 식사법인 DASH 다이어트(혈압을 낮추는 식사요법)는 여러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혈압을 낮추는 데 굉장한 효과가 있습니다(2012년 3월호 ‘치료에 좋은 밥상’ 참고). DASH 다이어트는 붉은 고기보다 흰고기를 주로 먹으며, 견과류를 섭취하고 당류나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저지방우유가 고혈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칼슘 섭취가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DASH 다이어트에 저염식을 동반하면 추가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외에 공인된 의약단체에서 인증하지 않은 것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식품이지, 치료약은 아닙니다. 고혈압학회나 심장학회에서 권하는 것은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필요할 경우 의사와 상의해 약물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Q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나요?
A 100% 예방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들여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고혈압 발생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마존에 사는 야노마모 인디언들은 고혈압이 생기지 않는데, 이들의 소금 섭취량은 하루 300mg 정도입니다. 고혈압은 소금을 하루 3g 이상 섭취하는 집단에서 생기거든요. WHO의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은 5g 미만인데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금 섭취량은 12-13g이나 됩니다. 특히 라면은 조심해야 합니다. 스프 한 봉지에 나트륨이 5g이나 들어 있거든요. 여기에 김치를 같이 먹으면 나트륨 섭취는 더 늘어나겠죠. 벌써 한 끼 식사만으로 WHO의 하루 권장량을 초과하게 됩니다. 국물을 좀 남기고, 라면 스프도 반만 넣고, 김치나 젓갈 섭취를 줄이면 나트륨 섭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